도덕이 무너지면, 비용이 증가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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외근을 마치고 복귀하는 길이었다.

도심에서 택시를 탔다.

신호 대기 중, 물소리가 들렸다.

처음엔 창밖 하수구 소리인 줄 알았다.

그런데 곧 소변 냄새가 났다.

순간 머리가 멈췄다.

운전석 쪽을 봤더니, 기사님 손에는 비닐이 있었다.

신호 대기 중이었다. 그리고 기사님은 그 비닐에 소변을 보고 있었다.

나는 ‘내가 지금 뭘 보고 있지?’라는 생각을 했다.

신호가 바뀌기 직전, 기사님은 문을 재빨리 열어 비닐을 도로에 내려놓듯 버리고,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출발했다.

그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, 오히려 더 당황했다.

아마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.

나는 창문을 열었다.

그 순간 화가 났지만, 바로 따질 거 아니면 왜 그랬는지 분석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.


그 순간 머릿속에 든 질문은 ‘도덕’이 아니었다

화장실을 다녀오는 비용은 지금 얼마지?

택시는 ‘거리’로만 과금되는 서비스가 아니다. 체감 요금은 대부분 시간에서 나온다.

정차와 우회는 분 단위로 비용이 된다. 그리고 ‘정상적인 선택’의 비용은 대체로 확정적이다.


정차(화장실) 비용 Cstop을 돈으로 바꾸기

여기서는 ‘추가 리스크 비용(갈등/평판/스트레스)’은 빼고, 오직 기회비용만 계산해본다.

화장실 표지판
이미지: Blue plastic triangle male restroom sign (CC BY-SA, BrokenSphere) — Wikimedia Commons

가정은 단순하다.

  • 도심에서 화장실을 다녀오는 데 추가로 10분이 든다
  • 그 10분 동안 택시는 ‘다른 운행’을 못 한다 (기회비용)

그럼 남는 변수는 하나다.

택시의 ‘분당 매출’은 얼마인가?

시간당 매출이 2.5만~4만원 범위라고 가정하면(시간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), 10분 매출은 대략 이 정도다.

  • 시간당 2.5만원 → 10분 ≈ 4,200원
  • 시간당 4만원 → 10분 ≈ 6,700원

즉, 기회비용만 놓고 보면

Cstop ≈ 4천~7천원 정도로 환산할 수 있다.


위반 기대비용 E[Cillegal] = 벌금 × 적발확률

도덕이 0인 상황을 가정하면(‘양심 비용’이 없다면) 위반의 기대비용은 거의 이것으로 수렴한다.

E[Cillegal] = p × F

감시 카메라
이미지: Surveillance camera at Stone Forest (CC BY-SA, BrokenSphere) — Wikimedia Commons
  • p: 적발확률
  • F: 과태료(또는 벌금에 준하는 비용)

위반을 ‘돈으로’ 억제하려면 조건은 하나다.

p × F ≥ Cstop

위에서 Cstop을 6천원 정도(중간값)로 잡아보자.

그러면 필요한 과태료는 적발확률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.

  • p = 0.1% (1,000번 중 1번) → F ≥ 600만원
  • p = 0.5% → F ≥ 120만원
  • p = 1% → F ≥ 60만원
  • p = 2% → F ≥ 30만원
  • p = 5% → F ≥ 12만원
  • p = 10% → F ≥ 6만원

여기서 한 가지가 드러난다.

과태료의 크기보다, 적발확률(p)이 훨씬 중요하다.

p가 1%면 60만원이 필요하고, p가 10%면 6만원이면 된다.

적발확률과 과태료의 관계 도식
도식: p×F ≥ Cstop 예시(본문 계산값) — smkonlab.com 제작

그럼 감시와 적발을 철저하게 하면 해결될까?

여기까지를 비용 함수로만 보면, 해결책은 하나로 보인다.

적발확률 p를 올리면 통제는 가능하다.

필요한 과태료 F는 내려간다. 식이 그걸 말한다.

p × F ≥ Cstop

그래서 문득 이런 전환이 생긴다.

p를 무작정 올리면 통제는 가능하다. 과연 이게 또 정답이 될 수 있을까?

p를 올리는 건 결국 누군가를 더 자주, 더 가까이, 더 많이 보게 만드는 일이다.

규칙을 지키게 만들 수는 있다.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는 다른 비용을 치른다.

  •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비용
  • 신고와 반신고가 늘어나는 비용
  • ‘들켜서’가 아니라 ‘보여서’ 움직이는 습관의 비용

도덕이 무너진 사회는, 결국 감시와 처벌로 버틴다.

그게 가능하다는 것과, 바람직하다는 것은 다르다.

도덕이 무너지면 비용이 증가한다.

그리고 그 비용은 요금표가 아니라, 관계와 공기에서 먼저 새어 나온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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