코뿔소는 소가 아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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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코뿔소는 소가 아니다”

이 문장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말장난처럼 들린다. 뿔 달렸고 덩치 크면, 대충 ‘소 같은 애’로 묶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으니까.

근데 코뿔소는 실제로 ‘소’가 아니라, 말·맥 쪽(말과)에 더 가깝다고 한다. 이름이 오해를 만들고, 오해가 습관을 만든다.

인도코뿔소(카지랑가 국립공원)
사진: Dr. Raju Kasambe (CC BY-SA 4.0) — Wikimedia Commons
말(프리지안)
사진: H. Zell (CC BY-SA 3.0 / GFDL) — Wikimedia Commons

이름표는 편하다. 분류가 생기면 규칙도 같이 따라온다. 문제는 그 규칙이 실체보다 먼저 도착한다는 점이다.

  • 고래는 물고기가 아니다(바다에 산다고 물고기 규칙으로 살지 않는다)
  • 박쥐는 새가 아니다(날아도 새의 몸이 아니다)
  • 토마토는 채소가 아니다(요리에서 채소처럼 쓰일 뿐이다)

규칙 자체가 틀렸다는 얘기는 아니다. 문제는 그 규칙이 아예 다른 종에게 적용될 때 생긴다. 같은 사람도, 역할이 달라지면 갑자기 다른 종처럼 굴길 요구받는다.

소우리에서 말과가 살면, 성격이 나빠지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어긋난다. 힘이 안 나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, 설계도가 다른 쪽으로 최적화돼 있어서다.


그래서 가끔 인생이 이상하게 버거운 날이 있다.

그건 내가 모자라서가 아니라—

내가 소가 아니라서일지도 모른다.
(코뿔소처럼.)